부모님 집에서 부모님과 살게 된 첫날은 솔직히 떠오르는 게 없다. 그냥 살았던 것 같다. 기억나는 건 동생이랑 맨날 티격태격 싸웠던 거다.
싸우면 둘이 뒷베란다로 달려갔다. 어머니는 늘 거기서 손빨래를 하고 계셨다. 「엄마! 수아가 어쩌고저쩌고 했어!」 「엄마! 오빠가 어쩌고저쩌고 했어!」 고자질을 해도 어머니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셨다. 「야야야, 저기 가서 싸워.」 그래서 말리고 할 것도 없었다.
초등학교 3, 4학년 때 PC방에 처음 다니기 시작했다. 몇 번 아버지한테 걸려 불려 갔는데, 하루는 아버지가 너무 화가 나셨는지 뺨을 세게 때리셨다. 그때는 정말 충격이었다. 너무 속상하고 슬펐다. 또 한 번은 알루미늄 야구 방망이로 엉덩이를 맞았다. 엄마는 말리려고 하셨던 것 같은데 결국 맞았고, 상당히 아팠다. 어렸을 때 좀 맞아야 잘 큰다고들 하지만, 너무 맞으면 어긋날 수도 있다고도 한다. 생각해 보면 엄마도 칼 같은 분이었지만 그래도 품어 주셨고, 아빠가 많이 무서웠다.
동생 수아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오빠처럼은 하면 안 되지」 했다. 그래서인지, 원래 그렇게 타고났는지, 동생은 혼날 짓 하나 안 하고 참 야무지게 컸다.
부모님과 지내는 게 낯설거나 한 건 전혀 없었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헤어진 뒤에도 할머니 댁에는 늘 갔다. 여섯 살 넘게 차이 나는 사촌 누나 둘, 큰아빠 큰엄마의 딸인 지은 누나와 지민 누나는 고등학생이 되고 시험 기간이라며 어느 순간부터 잘 안 왔다. 대학생이 돼도 잘 안 왔다. 나는 그게 이해가 안 됐다. 나도 고등학생 때는 덜 가긴 했지만, 어려서 할머니 할아버지랑 살았던 경험이 커서인지, 고등학교 2, 3학년 때도 명절이면 학원보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뵈러 갔다.
«다른 집 이야기»에 올리려고 이름은 가명으로 바꾸고, 학교·동네 이름과 연도는 뺐습니다. 그림과 말풍선은 이야기하신 분의 기억을 바탕으로 그렸고, 장면 연출은 그림 연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