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녹음으로 어렸을 때 썰을 한번 풀어 보려고 한다.
일곱 살에 서울로 올라와 살게 된 아파트는 일자형으로 쫙 길게 늘어선 곳이었다. 두 집씩 묶어서 라인마다 엘리베이터가 하나씩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딱 내리면 바로 왼쪽이 우리 집, 바로 오른쪽이 옆집이었다.
서울에 막 올라와서 친구도 진짜 없었을 텐데, 다행히 옆집 친구가 비슷한 또래였다. 나랑 동생은 두 살 차이였고, 옆집 친구 민재는 나보다 한 살 어렸다. 민재 동생은 민재랑 네 살 차이가 났지만 그래도 다 비슷한 또래였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 신나게 잘 어울려서 놀았다.
뭘 하고 놀았냐. 우리 집 텔레비전은 6번, 7번, 8번, 10번, 11번, 공중파 방송밖에 안 나왔고 재미있는 건 진짜 없었다. 컴퓨터도 있었지만 게임에는 비밀번호가 걸려 있었다. 비밀번호를 뚫으려고 어떻게든 노력하고, 뚫었다가 걸리면 엄마한테 혼나고. 약간 그런 느낌.
근데 옆집에 가면 아주 환상이었다. 꿈과 같은 공간이랄까. 거기 가면 게임도 할 수 있었다. 그때는 맨날 버블파이터를 했다. 그 집엔 닌텐도 위도 있어서 정-말 많이 했다. 마리오카트는 민재가 진짜 잘했다. 나머지는 그냥 그랬고, 그다음은 아마 나였겠지.
그리고 맨날 TV로 코난 같은 재밌는 애니메이션을 찾아보다가, 시간이 적당히 지나면 태권도에 갔다.
태권도는 또 재미있었다. 뭐가 재미있었냐. 태권도 가는 길이 재미있었다. 우리는 항상 「도둑고양이」라는 놀이를 했다. 왜 도둑고양이였을까? 그때는 길이 좀 위험한 데도 있었다. 에어컨 실외기도 있었고, 벽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데도 있었다. 우리는 길을 골라 갈 때 무조건 그런 어려운 길만 골라 다녔다.
그때 옆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 중이었다. 집에 올 때도 도둑고양이를 하면, 공사 중인 단지의 문이 살짝 열린 틈을 타 들어가서 그 안을 막 뛰어다녔다. 한번은 공사 인부 아저씨인지 경비 아저씨인지한테 걸려서 쫓겨난 적도 있다. 쫓겨난 건지 우리가 달려서 도망간 건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든 어렸을 때 옆집 친구와의 추억이랄까. 그 친구랑 알고 지낸 지 벌써 20년이 됐다. 딱히 뭘 같이 하진 않지만, 참 신기하게도 지금은 성당을 같이 다니면서 성당에서 또 같이 보게 되는 사이가 되었다.
withby에 올린 녹음(5분 17초)에서. 공개용으로 아파트 이름·동·호수와 나이, 실명을 빼고 친구 이름은 가명(민재)으로 바꿨습니다. 사건과 흐름은 녹음 그대로이고, 장면 연출과 문장 순서만 다듬었습니다. 게임·만화 화면은 실제 게임이 아닌 비슷한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