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 살부터 일곱 살까지 할머니랑 같이 살았다. 엄마, 아빠는 맞벌이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나한테 「거기 가서 좀 살아라」 했을 때, 나름 서운해할 줄 알았는데 나는 「네, 알았어요」 하고 냅다 가 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기다.
그렇게 할머니 댁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랑 잘 지냈다.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 어깨에 막 올라가고 그랬단다. 애기 땐 잠도 안 잔다고, 할아버지가 네 살, 다섯 살짜리 겁나 무거운 나를 안고 엘리베이터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들이 맨날 그렇게 예뻐했다고 한다.
밥 먹을 땐 할머니랑 맨날 「전국노래자랑」을 봤다. 할머니한테 저기 나가자고 했다가, 또 안 된다고 했다가. 할머니가 장난으로 「전국노래자랑 나가볼까, 준호야?」 하면 나는 안 된다고 했는데, 속으로는 상상했던 것 같다. 할머니랑 같이 나가서 진짜 쌈뽕하게 춤추는 모습을. 그러면 또 잘했을 것 같긴 한데, 에이, 이건 꿈이었던 걸로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엄마, 아빠는 주말마다 동생을 데리고 나를 보러 왔다. 할머니 댁까지 차로 두 시간 반, 그때는 교통이 지금 같지 않았을 테니 세 시간 반은 걸렸을 거다. 그렇게 주말마다 와서 보고 가고 했다고 한다.
일곱 살이 되어 다시 부모님 집으로 왔다. 유치원을 조금 다니다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다른 집 이야기»에 올리려고 이름은 가명으로 바꾸고, 학교·동네 이름과 연도는 뺐습니다. 그림과 말풍선은 이야기하신 분의 기억을 바탕으로 그렸고, 장면 연출은 그림 연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