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쓰는 법 — 처음 쓰는 사람을 위한 네 단계
withby · · 읽는 데 4분 · 수정
자서전 쓰는 법을 한 줄로 줄이면 «인생 전체가 아니라 장면 하나부터 쓴다» 예요. 많은 분이 태어난 해부터 차례로 쓰려다 첫 장에서 멈춰요. 이 글은 처음 자서전을 쓰는 분을 위해 차례 짜기, 장면 고르기, 문장 쓰기, 다듬기까지 순서대로 정리했어요. 내 자서전에도, 부모님 자서전에도 똑같이 쓸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의 첫 문장이 궁금하다면 자서전 예시부터 보셔도 좋아요.
차례는 시기 다섯 칸이면 충분해요
자서전 차례는 처음부터 촘촘할 필요가 없어요. 어린 시절, 학교, 첫 일, 결혼과 가정, 지금. 이렇게 다섯 칸만 만들어 두세요. 한 사람의 삶은 대개 이 다섯 칸에 나뉘어 들어가요. 칸마다 떠오르는 장면을 한 줄씩 적어 두면 그게 초고의 차례가 돼요.
칸이 비어도 괜찮아요. 쓰다 보면 비어 있던 칸의 장면이 다른 장면을 쓰다가 떠올라요. 차례는 다 쓰고 나서 고쳐도 늦지 않아요.
차례를 정할 때 많이 고민하는 게 시간 순서와 주제 순서예요. 처음 쓰는 자서전이라면 시간 순서를 권해요. 읽는 가족이 따라가기 쉽고, 빠진 시기가 한눈에 보여서 다음에 무엇을 쓸지 정하기도 쉬워요. 주제별 묶음(일, 가족, 고향처럼)은 두 번째 책이나 개정판에서 시도해도 늦지 않아요.
설명 대신 장면을 써요
«어린 시절 집안이 어려웠다» 는 설명이에요. «겨울이면 연탄 두 장으로 하루를 버텼다. 어머니는 아랫목에 밥그릇을 묻어 두셨다» 는 장면이에요. 읽는 사람은 설명보다 장면을 오래 기억해요.
- 장면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를 먼저 적어요.
- 그때 보였던 것, 들렸던 것, 냄새 하나를 적어요.
- 그때 한 말이 기억나면 따옴표로 그대로 옮겨요.
장면 하나는 원고지 열 장 안팎이면 충분해요. 길게 쓰려 애쓰기보다 장면 수를 늘리는 편이 자서전을 끝까지 쓰는 길이에요.
말로 먼저 하고 글로 옮겨요
빈 화면 앞에 앉으면 손이 굳는 분이 많아요. 그럴 때는 말로 먼저 해 보세요. 가족에게 이야기하듯 녹음하고, 받아쓴 글을 고치는 편이 처음부터 쓰는 것보다 훨씬 쉬워요. 말로 할 때 나오는 말투가 글에 남아서, 읽는 가족이 «딱 우리 아빠 말투네» 하고 알아봐요.
다만 받아쓴 글을 다듬을 때는 하지 않은 말을 보태지 않아야 해요. 기억이 흐린 곳은 흐리다고 쓰는 게 지어낸 문장보다 진짜 자서전에 가까워요.
녹음은 한 번에 길게 하기보다 이삼십 분씩 여러 번 나누는 편이 좋아요. 지칠 때까지 이어 가면 뒤로 갈수록 말이 짧아지고 장면이 흐려져요. 한 번에 장면 하나, 많아야 둘만 이야기하고 멈추세요. 멈출 때 «다음엔 이 이야기를 하자» 하고 메모해 두면 다음 녹음을 시작하기가 훨씬 수월해요.
다 쓰면 소리 내어 읽고, 한 사람에게 보여 줘요
초고가 모이면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숨이 막히는 문장은 둘로 나누고, 같은 말이 겹치는 곳은 하나를 지워요. 그다음 가족 한 사람에게 보여 주세요. 날짜나 이름이 틀린 곳을 잡아 주고, 내가 잊은 장면을 덧붙여 주기도 해요.
사진을 장면 옆에 한 장씩 붙이면 훨씬 읽기 좋아져요. 사진이 없는 장면은 그림으로 그려 넣어도 좋아요. 손주들은 글보다 그림부터 펼쳐 봐요.
혼자 쓰기 어렵다면 withby(곁에)를 써 보셔도 좋아요. 이야기 친구 도란이 전화로 장면 하나씩 여쭙고, 들려주신 말만으로 글을 쓴 뒤 사람이 읽고 다듬어요. 장면은 그림 이야기로 그려 드리고, 이야기가 모이면 만화 자서전이나 글 자서전으로 엮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