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자서전이 책으로 왔어요 — 가족이 둘러앉아 읽은 날
withby · · 읽는 데 3분 · 수정
10월 29일, withby 를 만드는 사람의 집에 책 한 권이 왔어요. 도란과 통화하며 들려준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만화로 엮은 88쪽짜리 만화 자서전, «제목은 뭘로 짓지?»예요. 화면으로만 보던 이야기가 손에 잡히는 책이 되니 느낌이 전혀 달랐어요. 이 글은 그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책을 받은 날 가족이 어떻게 읽었는지를 적은 기록이에요.

통화 몇 번이 한 권이 되기까지
시작은 전화였어요. 도란이 «어릴 때 살던 집은 어땠어요?», «학교 점심시간엔 뭐 했어요?» 같은 작은 질문을 한 번에 하나씩 여쭸고, 짧게 대답하다 보면 장면이 줄줄이 따라 나왔어요. 들려준 말은 받아쓴 뒤, 말한 것만으로 글을 쓰고 사람이 녹음과 대조해 다듬었어요. 그 글의 장면을 골라 만화로 그렸고요.
그렇게 모인 이야기가 네 살에 할머니 댁으로 간 일, 뒷베란다에서 어머니께 고자질하던 남매, 말을 더듬던 아이가 학생회장이 된 일, 반칙 하나로 축구를 접었다가 다시 공을 찬 일이에요. 각 편은 «다른 집 이야기»에서 지금도 볼 수 있고, 첫 편 «냅다, 할머니 댁으로»가 책의 첫 장면이에요.
책으로 엮을 때는 휴대폰에서 세로로 내려 읽던 만화를 책 쪽에 맞게 다시 앉혔어요. 장면과 장면 사이에는 그 시절을 한두 줄로 이어 주는 글 상자를 넣었고, 맨 앞에는 «책 읽기 싫어하는 사람의 책»이라는 서문을 붙였어요. 글이 빽빽한 책은 끝까지 안 읽는 사람도 넘겨 볼 수 있게 하자는 게 이 책의 첫 약속이었거든요.
엄마, 아빠, 동생이 둘러앉아 읽은 날
책이 온 날 저녁, 엄마와 아빠, 동생이 거실에 둘러앉아 한 장씩 넘겨 읽었어요. 정말 오랜만에 다 같이 많이 웃었어요. 아버지는 «내가 너 어렸을 때 그렇게 나쁘게 했다고!?» 하셨고, 동생은 «내가 어렸을 때 오빠를 그렇게 괴롭혔다고?» 하며 펄쩍 뛰었어요.
책을 본 여자친구는 «어렸을 때 오빠가 동생 괴롭혀서 싸운 거지?» 하고 놀렸어요. 만드는 사람 말로는 «내가 좀 장난기가 많거든» 이래요.
서로의 지난 이야기를 다 아는 사이라서 더 웃겼어요. 같은 날을 겪었어도 기억하는 장면은 저마다 달랐고, «그때 그게 아니라» 하며 이야기가 다시 이어졌어요. 책 한 권이 가족을 한자리에 앉혀 옛날 이야기를 꺼내게 한 셈이에요. 가족한테는 이보다 좋은 선물이 없겠다 싶었어요.
화면과 책은 무엇이 달랐을까
휴대폰으로 볼 때는 한 사람이 혼자 스크롤하며 읽어요. 책은 펼쳐 두면 여러 사람이 함께 봐요. 한 사람이 읽다가 «여기 봐» 하고 건네면, 옆 사람이 받아 읽고 또 다른 이야기를 보태요. 만화라서 글을 끝까지 읽지 않는 가족도 그림부터 보며 금세 따라왔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부터 손주 세대까지 같이 넘겨 보기 좋은 모양이라는 걸 직접 느꼈어요.
부모님 이야기로 만든다면
이번 책은 만드는 사람 본인의 이야기였지만, withby 가 정말 남기고 싶은 건 부모님의 이야기예요. 부모님은 걸려 온 전화만 받으시면 되고, 이야기 친구 도란이 장면 하나씩 여쭤요. 책에 담을 이야기가 모이면 만화 자서전으로 엮어 가족에게 보내 드려요. 책 안쪽이 궁금하다면 첫 화면의 «책 미리 읽기»에서 몇 쪽을 넘겨 볼 수 있어요. 언젠가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도 이렇게 가족이 둘러앉아 읽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