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자서전 견본 네 편, 짧은 대답이 장면이 되기까지
withby · · 읽는 데 4분
«다른 집 이야기»에 만화 자서전 견본 네 편을 새로 올렸어요. 모두 withby 를 만드는 사람이 도란과 통화하며 들려준 이야기예요. 네 살 무렵부터 1년 차 직장인인 지금까지, 한 사람의 시간이 순서대로 이어져요. 이 글에서는 네 편을 하나씩 소개하면서, 짧은 대답 하나가 어떻게 만화 장면이 됐는지 적어 볼게요. 이름은 가명으로 바꾸고, 학교와 동네 이름은 뺐어요. 각 편 제목을 누르면 «다른 집 이야기»에서 그 만화를 처음부터 볼 수 있어요.
냅다, 할머니 댁으로 — 네 살부터 일곱 살까지
맞벌이로 바쁘던 부모님이 «거기 가서 좀 살아라» 했을 때, 네 살 아이는 «네, 알았어요» 하고 냅다 할머니 댁으로 갔어요. 통화에서 이 대목을 말하며 본인도 웃었어요. 서운했을 법한 순간이 웃긴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게 이 이야기의 결이었어요.
잠 안 자는 손주를 안고 엘리베이터를 오르내리던 할아버지, 밥 먹을 때마다 함께 보던 «전국노래자랑», 주말마다 세 시간 넘게 차를 몰고 오던 부모님. 큰 사건은 없지만 장면 하나하나가 또렷해서 만화로 옮기기 좋았어요. 할머니와 무대에서 춤추는 장면은 실제가 아니라 아이가 속으로 상상했던 모습이라고 해서, 그림에서도 상상으로 보이게 그렸어요.
뒷베란다 재판소 — 남매와 어머니
부모님 집으로 돌아온 뒤의 기억은 동생과 싸운 일이 대부분이었어요. 싸우면 둘이 뒷베란다로 달려가 손빨래하시던 어머니께 고자질했고, 판결은 언제나 «야야야, 저기 가서 싸워» 였어요. 이 한마디가 이야기의 제목이 됐어요.
초등학생 때 PC방에 다니다가 아버지께 크게 혼난 일처럼 아픈 기억도 들려주셨어요. 이런 대목은 들려주신 만큼만, 과장 없이 담았어요. 명절이면 학원보다 할머니 댁을 먼저 찾던 고등학생 시절로 이야기가 끝나서, 앞 편과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말을 더듬던 회장님 — 중학교 3년
국어 시간에 한 줄씩 읽을 때마다 더 더듬던 아이가 중학교에 가서 선도부장, 부회장을 거쳐 3학년 때 회장 선거에 나가기까지의 이야기예요. 연설을 외우고 또 외웠다는 말, 용돈으로 초코파이를 사서 친구들에게 나눠 줬다는 말이 그대로 장면이 됐어요.
본인도 왜 과자를 나눠 줬는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저희는 그 이유를 지어서 채우지 않았어요. 대신 «나는 늘 사람을 좋아했다» 는 말을 이야기의 중심에 두었어요. 말하지 않은 마음을 짐작해 쓰는 것보다, 하신 말을 믿고 남기는 쪽이 그분의 이야기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핸드볼 반칙과 스트라이커 — 운동과 몸무게
중학교 반 대항전에서 억울한 핸드볼 반칙으로 축구를 접고, 농구를 하다가, 군대에서 스트라이커가 되고, 복학해 농구부장이 되기까지예요. 몸무게 숫자를 시기마다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서, 네 칸짜리 한 장면으로 모아 그렸어요.
이야기는 올해 추석에 찍은 체중계 인증샷과 감량 중인 지금으로 끝나요. 옛날이야기만이 아니라 지금의 모습이 함께 있어서, 읽고 나면 한 사람을 조금 더 가까이 아는 느낌이 들어요.
견본을 보며 떠올려 볼 것
네 편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야기를 끌어낸 건 대단한 질문이 아니었어요. «살던 집은 어땠어요?», «학교 점심시간엔 뭐 했어요?» 같은 작은 질문에 짧게 대답하다 보면 장면이 줄줄이 따라 나왔어요. 부모님께도 그런 장면이 분명히 있어요. 누가 물어봐 주지 않아서 꺼낼 일이 없었을 뿐이에요.
withby(곁에)에서는 이야기 친구 도란이 전화로 그 작은 질문을 대신 여쭙고, 들려주신 이야기를 사람이 읽고 다듬은 글과 만화로 남겨 드려요. 네 편 모두 «다른 집 이야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어요.